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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4 19:25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학력 아닌 능력으로 ‘엘리트 장벽’ 깨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학력 아닌 능력으로 ‘엘리트 장벽’ 깨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4.0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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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로 증명한 능력, 소통으로 가치 증명…통합의 리더십으로 ‘함영주 시대’ 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하나금융>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일본 전국시대 배경의 대하소설 <대망(大望)>에 묘사된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신임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미카와 영주 이에야스는 세력이 보잘 것 없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라는 패자 아래서 2인자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동맹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다케다 신겐(武田信玄)과 싸우다 세력이 멸망할 뻔했으며 히데요시의 강압에 잘 가꾼 영지를 버리고 동쪽의 뻘밭으로 옮겨가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패자가 되기 위해 조급하게 고개를 들지 않고 실력을 갖출 때를 기다린 이에야스는 결국 일본 전국을 통일, 평화의 ‘에도 시대’를 열었다.

함 회장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이 아닌 상고를 진학할 정도로 환경이 보잘 것 없었던 그는 실력을 갈고 닦아 2인자로 부각됐지만 뽐내지 않고 철저히 몸을 낮췄다. 마침내 하나금융은 차기리더로 함 회장을 택했다. 이제 그가 ‘함영주 시대’가 무엇인지 보여줄 때다.

영업의 전설, 하나은행장 되다

금융권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다시 한 번 회자됐다. 상업고등학교(상고) 출신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내정자가 지난 3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확정되며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동안 금융권에 상고 출신 최고경영자(CEO)는 더러 있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광주상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덕수상고를 나왔다. 

상고 출신 함영주 회장의 등장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금융 역사상 전례가 없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의 역대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명단에 상고 출신이 다수 이름을 올렸으며 진옥동 행장이 졸업한 덕수상고는 과거부터 금융인 배출로 유명한 명문 상고였다. KB금융은 이미 윤종규 회장이 ‘상고 신화’를 만들어냈다.

함 회장이 나온 강경상고도 덕수상고, 선린상고와 함께 금융인 사관학교로 유명했지만 일찍부터 금융권 CEO를 다수 배출한 두 곳과 달리 크게 출세한 인사는 함 회 장이 거의 유일하다. 하나금융 ‘함영주 시대’는 인사 평가 핵심이 학력·학맥이 아닌 능력 기반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선후배 없이 실적과 소통으로 가치를 증명해온 함 회장의 이력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상고 출신 CEO가 드물었다. 하나금융은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해 1991년 하나은행 전환, 2005년 지주 설립으로 이어지는 짧은 역사를 가졌다. 상고 출신이 은행의 중추를 차지하던 시절을 지나 대학문이 넓어진 후 은행, 금융지주가 됐기에 명문고·명문대 출신이 CEO 자리를 석권할 수밖에 없었다.

함영주 행원이 회장에 취임하기까지 그의 원동력은 실적으로 증명하는 능력이었다.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한 함 회장은 2002년 수지지점장을 맡았다. 하나은행에 합병된 이후에도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충남지역본부장, 대전지역본부장,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거치며 경력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낸 영업 전문가다. 실적이 부족하면 짐을 싸야하는 시중은행에서 영업력으로 오를 수 있을 곳까지 올라갔다. 충청영업그룹을 이끌며 영업실적 전국 1위라는 성과를 달성한 인물이다.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함 회장이 초대 KEB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것도 뛰어난 성과에 따른 결과였다. 당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차기 KEB하나은행장으로 유력했다. 김병호 행장은 하나은행의 적통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김승유 회장 시절부터 차기 리더로 주목받았으며, 정통 ‘외환맨’인 김한조 행장은 김정태 당시 회장과 힘의 균형을 맞출 통합은행장 적임자로 거론됐다.

쉽지 않은 통합은행 완수

KEB하나은행장 자리는 다크호스인 함 회장에게 돌아갔다. 영업 전문가로서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해온 그는 하나은행 노조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김한조 행장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반면 영업 현장과의 소통 능력과 스킨십이 좋은 함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로부터 동질감을 얻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함 회장은 통합 하나은행의 물리적 통합뿐만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껴안은 채 2015년 9월 임기를 시작했다. 가장 어려운 난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서로 다른 급여 체계와 복지 제도를 어떻게 조화롭게 개선하느냐는 문제였다.

외환은행은 외국환·무역금융에 특화된 국책은행으로 출발해 공기업 정서가 강했으며 2003년 론스타에 매각된 후 론스타가 노동조합 쟁의 회유책으로 급여 수준을 크게 올려 국내 은행권 가운데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다. 반면 하나은행은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연봉 수준이 낮았으며 직급이 4단계로 외환은행(10단계)보다 간소했다.

함 회장은 두 조직의 문화를 서로 이해시키고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했다. 2016년 5월부터 하나·외환 출신의 교차 발령을 실시했고 같은 해 6월 전산통합을 마무리 지을 정도로 통합 속도에 고삐를 좼다. 2017년 1월에는 두 은행 노조의 통합을 이끌어냈으며 이어 2년간의 협상을 거쳐 직급 단계를 4단계로 통일하고 두 은행 출신의 연봉·복지 수준을 맞췄다.

하나은행이 완전한 통합에 도달하기까지 파업이 없었던 것도 함 회장의 소통 능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2000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통합, 2003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 2004년 한국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의 통합 때 사측은 노조의 파업을 막지 못했다. 하나은행 노조도 협상력을 위해 때때로 함 회장을 비판했지만 파업이라는 극단을 선택하지 않았다.

함 회장은 경영 실적으로 통합 하나은행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5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3년 7개월 임기 동안 실적을 크게 늘렸다. 통합 직전 해인 2014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 단순 총합은 1조2328억원이었다. 함 회장은 2018년 연간 당기순이익 2조859억원을 시현하며 ‘2조 클럽’에 입성했다.

함영주 회장의 통합 하나은행장·부회장 재임 당시 실적 추이.<금융감독원>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3가지 성장 전략

함 회장은 ▲강점 극대화 및 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등 3가지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유하지 못한 수준 높은 대면 채널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옴니채널을 구현하고 기존 강점인 자산관리·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점포와 자동화기기(ATM)에서 산업은행 고객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망 공동이용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전문 프라이빗 뱅커(PB)를 통해 기업고객 중심인 산업은행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 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성을 크게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BGF리테일의 CU 편의점과 추진하는 점포 혁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점포 수를 감축하는 대신 금융 접근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편의점 점포’를 만들고 있다. 편의점 점포 내 마련되는 스마트 셀프존은 본사 직원과의 상담이 가능한 차세대 옴니채널로 함 회장 재임 기간 중 활성화될 전망이다.

함영주 회장의 亞 최고 금융그룹 3개 전략.<하나금융>

글로벌 리딩금융그룹으로의 위상 강화는 아시아 지역 중심의 현지화를 한층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통해 이뤄간다는 복안이다. 함 회장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고성장지역에서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를 확대하고 미주, 유로존 등 선진시장에서 국내 기업과 연계한 투자은행(IB)과 기업금융을 강화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함 회장은 최근 하나금융투자가 추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클럽 첼시 인수 시도처럼 선진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드러낼 전망이다. 해당 건은 하나금융투자 IB부문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외 언론은 하나금융그룹을 주체로 언급했다.

무엇보다 함 회장이 재임 기간 집중할 과제는 ‘디지털 하나금융’이다. 회장추천위원회도 함 회장을 회장 단독 후보로 지명할 때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우선 핵심 자회사 하나은행의 ‘수퍼앱’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하나은행 모바일뱅킹 앱(App) ‘하나원큐’의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약 300만명으로 디지털 침투율이 낮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800만~900만명 수준으로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제휴 스타트업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생활금융플랫폼 추진에 분주하다. 

2020년 인수한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도 실질적인 디지털손해보험사로 키워야 한다. 중소 규모인 하나손해보험은 대형 손해보험사처럼 경쟁하기보다 온라인에 특화된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자동차보험’ 흥행과 카카오손해보험 출범 예정으로 디지털손해보험사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디지털 전환도 시급하다. 하나금융은 2021년 해외사업에서 68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경쟁 금융그룹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하나은행 중국·인도네시아 법인의 수준 높은 현지화, 베트남 국영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투자 등이 성과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는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쇼피를 보유한 씨(SEA)는 인도네시아 상업은행을 인수해 디지털 은행으로 전환했으며, 동남아 우버로 알려져 수퍼앱으로 진화한 그랩은 싱가포르에서 인터넷은행 인가를 취득해 올해 서비스를 출범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0%를 네이버 관계사 라인에 양도하고, 함께 디지털 뱅킹 플랫폼 ‘라인뱅크’를 지난해 6월 출범시켰다. 하나금융의 금융 노하우와 안정성에 라인의 플랫폼 경쟁력과 기술을 더하면 현지 소매금융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제휴가 이뤄졌다.

현재 라인뱅크는 요구불계좌, 직불카드, 예·적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대출과 제휴대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이용객 3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라인뱅크의 고객 기반 확대, 제2 라인뱅크 비즈니스 발굴은 함 회장의 관심사다.

하나금융그룹 인천 청사 본사 조감도.NBBJ
하나금융그룹 인천 청사 본사 예상도.NBBJ

하나금융그룹 ‘청라 시대’ 개막

함 회장은 하나드림타운사업의 마무리를 맡게 됐다. 하나금융은 2012년 그룹 본사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는 하나드림타운사업을 시작했다. 1단계 통합데이터센터, 2단계 하나글로벌캠퍼스 건립 작업은 이미 완료됐으며 2025년 완공 목표로 헤드쿼터 건축이 진행 중이다.

하나드림타운사업은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24만8000㎡ 규모의 부지에 하나금융의 본사와 주요 자회사, 핵심 시설을 한데 모으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25년 3월까지 임기인 함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해당 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아왔다. 

완성될 청라 본사는 각각 통합데이터센터, 하나글로벌캠퍼스로 대표되는 디지털, 글로벌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통합데이터센터는 그룹 디지털 인력의 ‘교류의 광장’, 하나글로벌캠퍼스는 그룹 글로벌 인력의 ‘육성의 산실’이 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은 ‘직원의 성장이 곧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이라고 말해왔다”며 “직원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생각과 행동이 젊은 조직, 다 같이 도전하고 참여하는 역동적인 하나금융그룹만의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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