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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9-28 19:12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두고 전문경영인 뒤로 숨은 ‘총수 일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두고 전문경영인 뒤로 숨은 ‘총수 일가’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2.02.11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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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진건설산업‧한림건설 등 대표이사 교체…GS건설‧호반건설‧한신공영 각자 대표로 후계자 보호
강한수(왼쪽 네 번째)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요진건설산업 성남판교 제2테크노밸리 현장 추락사 관련 민주노총 건설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최근 요진건설산업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2명이 사망했지만 총수 일가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문경영인으로 대표를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시행된 중처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일어난 경우 적용된다.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는 사업주에게 근로자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을 철저히 하라는 예방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대표가 아닌 오너는 법망을 피해가게 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중심 중견건설기업,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신

중견건설사 경우 비상장사에 가족경영이 많다. 이러한 중견건설사의 대표가 지난해 총수일가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다수 변경됐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중처법 처벌대상 지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처법 처벌 대상은 ‘대표이사 또는 경영책임자’이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뜻한다. 총수 일가의 경우 실질적으로 회사를 총괄하고 있어도 대표자가 아니면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난해 8월, 요진건설산업도 22년간 근무해 ‘요진맨’으로 불리는 송선호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창업주 최준명 회장의 아들 최은상씨가 200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지난해 송 사장에 바통을 넘겼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최씨는 현재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중견기업은 요진건설산업 이외에도 있다. 한림건설과 아이에스동서 등도 지난해 총수 일가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신했다.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은 지난해 8월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김 회장은 2020년부터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도 지난해 3월 창업주 권혁운 회장의 장남 권민석 전 대표이사가 사임했다. 권 전 대표는 현재 사내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다. 권 전 대표의 경우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 논란 이후 물러나 중처법 대비 전문경영인 체제 변경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회사는 현재 3인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사 총수 일가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건설업계, 공정위>

후계자는 ‘미등기임원’ 아니면 ‘신사업 대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난해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경우가 최소 176건이었다. 가장 높은 건수를 차지한 회사는 두산(36.4%)이었고 중흥건설(32.4%)과 KCC(20.0%) 등이 뒤를 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총수 일가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15.5%, 사각지대 회사의 8.9%에서 각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총수 본인의 미등기임원 재직 건수는 1인당 평균 2.6개다. 이중 건설업을 영위하는 중흥건설(11개)과 유진(6개)이 최상위를 차지했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할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 중대재해 사건이 일어나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건설기업의 특징은 총수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신사업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대표 자리를 꿰찬 후계자는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이다. 10대 건설사 재진입을 노리는 호반그룹의 김대헌 기획총괄 사장 역시 신사업을 담당한다. 중견건설사 한신공영도 최용선 회장의 장남 최문규 대표이사가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맡고 있다.

기반시설이 닦이고 주택도 도시정비사업 위주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건설사의 신사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만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조원대 M&A를 성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각자 대표 체제를 이용해 안전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도 할 말은 있다. 당장 대표가 구속되면 대기업이야 굴러가겠지만 총수 일가가 이끌고 가는 중소‧중견기업은 기업 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도 안전이나 시공 담당 각자 대표를 두는 건설사가 늘어나는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표가 구속되면 당장 멈추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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