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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5-18 19:59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기업시민, 지구를 구한다④]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 탄소중립 갈 길 멀다
[기업시민, 지구를 구한다④]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 탄소중립 갈 길 멀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2.01.21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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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목표치, RE100 선언 아직 내놓지 않아
전력사용량 국내 기업 1위…온실가스 배출량 매년 증가

2억6050만톤. 국내 산업계가 2018년 쏟아낸 탄소 배출량이다.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목표 아래 이를 2050년까지 ‘0’으로 만들라고 요구한다. 넷제로 실현이다.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인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에 맞추기 위해서다. 인류는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했다. 지난해 197개 국가가 모인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이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지구를 구하는 일, 국내 산업계도 예외일 수 없다. 기업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탄소중립이 국제적 흐름이 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산업계와 주요 기업 탄소중립 전략을 살펴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삼성전자 실적은 압도적이다. 국내 10대 기업 몇 곳을 합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빼놓고는 얘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코스피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1위가 삼성전자, 3위가 삼성전자 우선주일 정도다.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아직 관망하는 모양새다. 삼성그룹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탄소중립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2050년까지 필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의미의 RE100(Renewable Energy 100%) 선언 시기도 미지수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 현안이 겹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탄소중립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경영이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책임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제품 개발과 생산,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들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유럽·중국서 RE100 달성…국내는 제도·인프라 미비

RE100은 2014년 영국 비영리기구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국제단체인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해외에서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34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1’에서 “2021년부터 파리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가 본격 시작되면서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책임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제품 개발과 생산,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친환경 경영 사례는 주로 해외 사업장 RE100 달성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유럽·중국 지역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며 이를 타지역 사업장으로 늘려가겠다는 입장이다.

2020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미국·유럽·중국과 달리 국내에서 RE100을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로 국내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점을 들었다. 이것만 갖춰지면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당시 국내 전력 시장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삼성전자의 말은 신빙성이 있다. 2020~2021년 2년 연속 삼성전자를 국감에 부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국감 당시에는 어느 정도 타당한 말이었다”고 말한다. RE100 실천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녹색프리미엄,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등이 도입되면서 삼성전자가 RE100에 참여할 유인책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 RE100 시행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 국감에 출석한 장성대 삼성전자 DS부문 지속가능경영사무국 전무는 “RE100과 탄소중립은 모두 중요한 일”이라며 “RE100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고, 국가정책과 국제사회 요구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RE100을 언제쯤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당장 세부 내용을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고 밝혔다.

제도가 성숙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RE100 제도가 마련되기는 했지만,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직접 PPA의 경우에도 망 사용요금이 마련돼야 하고, 제도의 초기 정착을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베트남 사업장서 전체 전력 80% 사용

삼성전자가 일부 해외 사업장서 RE100을 달성한 것은 해당 지역 전력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RE100을 이뤘다는 미국·중국·유럽의 전력 사용량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글로벌 전체 사업장 전력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베트남 사업장에서의 전력 소비량이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2020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삼성전자
삼성전자 2020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삼성전자>

삼성전자 기후대응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2020년 재생에너지 사용 총량은 4030GWh인데, 이는 국내를 비롯해 브라질·인도·멕시코 등이 포함된 수치다.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전력 사용량은 이보다 4배 많다. 전력량 사용량을 비교해 보면 미국·중국·유럽의 RE100은 해볼만한 목표치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2020년 국감에서 국내 제도·인프라 ‘미흡’을 RE100 이행이 더딘 이유로 내세웠으나, 현행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기업이기도 하다. 이소영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산업용 평균 단가보다 kWh당 10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2020년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 1만6116GWh를 이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해 동안에만 1600억원 가량의 전기요금 혜택을 본 셈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제출한 2021년 상반기 ‘산업용전력 소비 상위 30개 기업’ 자료에서도 삼성전자는 7990GWh를 사용해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4436GWh, 삼성디스플레이 3387GWh, 엘지디스플레이 2990GWh, 현대제철 2062GWh, 에쓰오일 1955GWh, 포스코 1773GWh, 한주 1564GWh, LG화학 1528GWh 등이 뒤를 이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5원 가량인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위 10위권 내 기업들은 10원 더 싼 95원 정도에 전력을 쓰고 있다”며 “중국의 산업용 전력 요금 평균이 115원 정도인데,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중국 기업 평균보다 20원 싸게 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현재는 국내 산업용과 주택용 전력 요금이 비슷해졌지만, 과거 기업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렴하게 책정됐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자료를 보면 산업용 전력요금이 2005년에는 kWh당 60.3원, 2010년 76.6원에 불과했다.

하정림 법무법인 태림 변호사는 “한국형 RE100이 지난해부터 도입되면서 제도적으로는 RE100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경제적 문제로 하지 못하겠다면 이해할 수 있겠는데, 법적·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2일 내놓은 ‘탈탄소 경쟁,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그동안 저렴한 전기요금 특혜를 받은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전력 다소비 기업으로서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 등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 2030년까지 공급망과 제품 100% 탄소중립 달성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뉴시스>

삼성전자의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2019년 3220GWh에서 1년 만에 810GWh 증가했다. 이런 속도라면 국내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힘쓰더라도 RE100 달성에 꼬박 20년이 걸린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전력사용량이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을 올해 하반기 완공한다. 올해는 네 번째 생산라인 P4 공장도 착공되는데, 삼성전자는 이곳에 P6 공장까지 세울 계획이다. 이소영 의원실이 지난해 국감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3~P6 공장의 전력수요 예측량은 2만1600GWh에 달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소영 의원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소영 의원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공장 건설과 관련해 국내 제도와 인프라 혜택을 보고 있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평택캠퍼스로 송전하는 2개 송전선로는 사실상 삼성전자 전용선”이라며 “1조2000억원의 투자 비용을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한전이 모두 부담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삼성전자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1360만8258톤이다. 2017년 858만9071톤에서 5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별도 매출액은 161조9150억원에서 166조3112억원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는 글로벌 IT 기업들과 대비된다. 애플은 2020년에 이미 2030년까지 공급망과 제품의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업장 직접 배출(스코프 1)과 간접 배출(스코프 2) RE100을 거의 이룬 애플이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한 RE100을 선언했다는 의미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발표에서 2017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20년에 발표한 전략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마이너스’ 달성을 선언하고, 이듬해 한 해 동안 탄소 73만톤 감축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장다울 위원은 “애플이 2030년 '스코프 3'까지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배출량 2500만톤은 삼성전자가 한해 배출하는 '스코프 2'까지 온실가스양의 2배 가까운 수치”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의지는 의문을 갖게 한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그룹 내 SK텔레콤·SKC·SK실트론·SK머티리얼즈·SK브로드밴드·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등과 함께 2020년 11월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이벌인 대만의 TSMC도 2020년 7월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삼성전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를 강화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여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늘리도록 하는 식이다. 온실가스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부가 연단위 배출권을 할당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경우 삼성전자는 실제 배출량보다 많은 할당량을 받아 배출권이 남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용 요금의 적정한 인상은 PPA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 15년이나 20년 장기 고정 가격으로 책정하는 만큼 5~10년 뒤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 폭이나 기후 국경세 도입 여부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제도라서다.

장다울 위원은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PPA 등 각종 제도를 이용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잘 쓰는 기업으로 상도 받고 있다”며 “미국에서 잘 정비된 제도의 열매를 따 먹으면서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미국만큼 싸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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