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세계 1위 ‘승리호’ 제작 김수진 비단길 대표
넷플릭스 세계 1위 ‘승리호’ 제작 김수진 비단길 대표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09.02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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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작품만 생각한다
김수진 비단길 대표. <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운이 좋았다” “행복하다” “감사하다”. 1시간 조금 넘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제작한 영화 중 절반 이상이 흥행, 신인감독 등용문, 넷플릭스 28개국 1위 영화 제작자…. 영화 ‘승리호’를 만들기 위해 쏟은 10년의 노력을 ‘운’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닌 운삼기칠의 삶. <인사이트코리아>가 8월 27일 만난 김수진 비단길 대표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노력가였다.

비단길은 어떤 회사인가.

“㈜영화사 비단길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회사다. 실크로드는 동서양의 문명을 이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냈다. 새로운 영화, 미래지향적이고 차별성 있는 작품을 기획하고 싶다. 완성도 높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해외에 배급하는 한국 제작사로 만들고 싶다.”

비단길 대표가 되기까지 스토리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영화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한국 영화 초창기에 기획 일을 맡았다. 이후 미국에서 일하다 2004년 기회가 생겨 한국에 돌아왔다. 그때 실크로드에 대한 의지가 강해 회사 이름도 비단길로 지었다.”

코로나19가 영화계에 미친 영향은 뭐라고 보나.

“코로나19는 영화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를 바꾼 계기가 된 사건이라 생각한다. 영화계에 미친 영향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단 극장과 영화산업에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올해 넷플릭스에 영화 ‘승리호’를 공개한 소감은.

“오랫동안 투자사를 통해 넷플릭스가 ‘승리호’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했다. 투자사와 의논하며 극장 개봉만을 추진해 오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상영이 계속 미뤄졌다. 조성희 감독이 ‘넷플릭스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 마음을 바꿨다. 지금은 오히려 전 세계 관객들에게 K콘텐츠를 알리게 돼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승리호’는 넷플릭스의 강력한 지원으로 전 세계 190여개국에 개봉돼 2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언제 전 세계 1위를 해보겠나.(하하)”

그래도 아쉬움이 상당했을 것 같다.

“극장에서 IMAX로 상영할 계획이었다. 10년 이상 준비한 작품이기에 처음엔 혼란도 컸고 아쉬움도 많았다. 극장 스크린에 알맞게 미장센과 사운드를 구성한 영화로 집에서 핸드폰이나 PC로 봐서는 관객이 다 즐기기 힘들다. 한국영화 최초로 중국과 동남아 동시 개봉 이후 유럽과 북미 공개도 계획했다. 관객에게 더 좋은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음향도 돌비 애트모스로 준비했다. 작품 공개 초기 음향 문제가 불거졌었는데 극장용으로 맞춰진 것을 넷플릭스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CGV와 오랜 협의를 거쳐 9월 1~12일까지 특별전 ‘넷플릭스 인 CGV’로 극장 상영을 결정해 아쉬움을 덜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한다.”

‘승리호’를 시리즈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있는데.

“기쁘고 다행으로 생각한다. ‘승리호’ 기획을 10년 넘게 이어가는 동안 생각하고 개발해 온 여러 가지 아이템과 아이디어들이 많다. 각 캐릭터의 전사·후사 등 많은 자료들이 확보돼 있다. 2·3탄, 시즌제 드라마도 제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준비 중인 시나리오도 있다. 가능하면 4명의 주인공들이 다 나오고 한두 명 정도 더 플러스될 수도 있다. 카메오로 출연했던 김향기 배우의 출연 여부에 대해서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제작자 입장에서 극장과 OTT는 어떤 의미인가.

“제작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의 다른 방향성을 동시에 염두하며 개발해야 하는 시각의 변화가 급격히 앞당겨졌다. 극장은 많은 관객들이 영화라는 콘텐츠를 동시에 집단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방법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다르다. 콘텐츠 활로가 여러 가지다. 6~7년 전에 드라마 제작을 하려고 했다. 대본도 준비해 놓고 시트콤, 드라마 등 아이템도 다양했다. 그런데 그때 드라마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수익 구조 시스템이 안 좋았다. 당시는 공중파밖에 없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을 제작한 윤신애 사과나무픽처스 대표와도 의논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엔 OTT 시장도 있고 콘텐츠 활로가 충분해 준비했던 작품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

김수진 비단길 대표. <이원근>

한국영화계의 장단점을 꼽자면.

“딱 한 가지를 꼽자면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영화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라는 거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영화 관객 수가 코로나 이전까지 매해 1억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2014~2019년)을 넘을 정도로 영화를 사랑한다. 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펀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할리우드는 이런 펀드 시스템이 없다. 거대 스튜디오에서 100% 현찰을 대고 다 가져간다. 우리나라는 투자사도 많고 투자자들의 마인드도 열려 있다.”

지금껏 제작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직은 ‘승리호’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 극장 상영 예정이기도 하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있다. 가장 오랜 기간 만들었고 또 애정을 많이 쏟아서 제일 마음이 간다.”

나홍진, 조성희 등 걸출한 신인감독을 발굴한 비법이 있나.

“운이 좋았다. 엄청난 천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단길을 설립하고 5편 연속으로 신인감독들과 작업했다. 대부분 30대 초반이었고 영화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모든 면에서 트렌드를 리드할 만큼 능력을 갖춘 젊은 영상세대들이었다. 영상 천재들과의 작업을 통해 내가 얻고 배운 것들이 많다. 힘든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 그들이 지금의 한국 영화계를 리드하고 미래의 가장 중요한 감독들로 성장해가는 모든 과정들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눈에 띄는 영화계 여성 후배는 없나.

“너무 많다. 지금의 여성 후배들은 이전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리한 것 같다. 제가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가은 감독(영화 ‘우리들’ ‘우리집’ 등)을 좋아한다. 내 학생이기도 했다. 너무 뛰어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미투’ 폭로 이후 영화계에 변화가 있었나.

“정말 많이 변하고 좋아진 것 같다. 저희가 영화 촬영할 때도 (계약서에) 옛날에는 없었던 조항들이 많이 생겼다. 촬영 현장에서 ‘미투’ 관련한 문제는 절대 없어야 된다고 본다. 이제 촬영 준비하는 모든 과정부터 완성 단계까지 모두 (성차별이나 성폭력 문제를) 예민하게 숙지해 주길 바라게 됐다.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거다. 옛날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사실 경영은 잘 모른다. 관객이 몇 백만 명 들지 고민하는 것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고민하는 편이다. 차별성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위해 작품만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한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와 일을 하면서도 내가 제1의 관객인데 당신의 시나리오로 ‘호기심이 안 든다’ ‘이해가 안 된다’ ‘제1의 관객을 설득해 달라’ 이야기하며 수정을 거듭한다. ‘승리호’를 통해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영화계 사람은 100분의 1을 해도 200을 한 것처럼 과장하기도 하더라. 영화와 상관없는 주식 투자나 상장을 통해 다른 이득을 보기위해 사심을 드러내는 것도 봤다. 나는 작품 그 자체 외에 사심이 없다. 그것이 내 경영철학이다.”

시간 날 때 즐기는 일이 있나.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다. 최근에 정유정 작가 신작(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을 구입해 읽기를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게 해준다. 가장 좋아하는 건 녹색잔디를 밟으며 골프 치는 거다. 친한 친구들이나 배우, 매니저분들과 골프 치러 가기도 한다. ‘승리호’ 배우들과도 같이 갔었다. 송중기 배우와 골프 치는 걸 정말 좋아한다. 송 배우가 골프를 잘 친다. 골프장에 가면 기발한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른다. 몸을 움직일 때 정신적으로 가장 행복하다. (투자를) 거절당해서 심리적으로 너무 아프고 힘들 때 골프장에서 공을 치면 그 순간 잊어 버리게 된다.”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한 가지 IP(지적재산권)으로 영화를 계속 만드는 것은 오랫동안 생각해 온 꿈이다. ‘승리호’가 시리즈로 쭉 가고 또 다른 영화들도 계속 만들고 싶다. 내 나이가 70세가 된다고 해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몇 백만 명이 즐겁고 좀 더 좋아지는 세상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겠다.”

김수진 대표 프로필

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 학사

1989~1999년 한국 영화 기획 및 외화 수입 배급(수입: 영화 ‘레옹’ ‘퐁네프의 연인들’ 등. 배급: 영화 ‘낙타는 따로 울지 않는다’ ‘꽃잎’ 등)

2001년 미국 영화연구소 AFI(미국영화학회) 석사

2001~2003년 워너브라더스 월드와이드 코프러덕션 앤 애퀴지션 파트 근무

2004년~ ㈜영화사 비단길 대표

2008~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 전문사 과정, 장편 시나리오와 시나리오 각색 실습 강의

2008년 영화 ‘추격자’ 제45회 대종상 작품상, 제4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제7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최우수 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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