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태 핏펀즈 대표의 ‘메타버스 금융’ 전략
노기태 핏펀즈 대표의 ‘메타버스 금융’ 전략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9.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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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태 핏펀즈 대표.<박지훈 기자>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국내 금융그룹의 지주회장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메타버스(Metaverse·가상현실세계)에 푹 빠졌다. 경영진 회의를 열거나 2030 연령대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소통할 때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한 취미 차원이 아니다. 금융서비스와 메타버스를 연결해 사업화하지 않으면 빅테크와의 소매금융 경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계심의 발로다. 

일찍부터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온 신한금융그룹은 게임 개발자들이 설립한 핏펀즈(Fitfuns)를 메타버스 파트너로 택했다. 서울 서초구 핏펀즈 사무실에서 노기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신한금융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신한금융그룹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쳐스랩’ 7-2기 기업 가운데 메타버스 협력사로 핏펀즈를 선발했다. 핏펀즈는 게임사 넥슨의 개발 스튜디오 ‘데브캣(Devcat)’에서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노기태 대표가 지난해 10월 설립한 회사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메타버스 기반 가상자산플랫폼 ‘코빗타운’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회사 이름을 알렸으며, 신한은행이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선전을 기원하며 기획한 메타버스 야구장 ‘신한 쏠(SOL) 베이스볼 파크’를 구현하기도 했다.

“금융의 마비노기 만들어야”

핏펀즈의 선발은 게임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금융 플랫폼이 호소력 있을 것이라는 신한금융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닌텐도 스위치의 생활형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동숲)’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동숲 세계관에서 유저는 직접 생산 활동에 나서야 하며 투자와 대출금 상환 등 금융행위도 해야 한다. 게임이야말로 메타버스 금융과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노 대표는 “메타버스가 경제권 화두로 떠오르고 관련 테마종목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사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메타버스의 본질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는 것이고 게임 개발자는 이 같은 세계를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전문가로서 기술적·경험적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다수의 금융사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노 대표는 단기 수익사업이 아닌 미래고객 확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넥슨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은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처럼 오래된 게임”이라며 “이들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큰손이 아니었던 1020세대 이용자들이 성장해 현재 넥슨 매출을 받쳐주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도 마비노기 역할을 해줄 메타버스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당장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청소년 전자지갑 서비스 ‘카카오뱅크 미니’를 출시한 것과 같은 이치다. 청소년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얻고 자연스럽게 앱의 UI(사용자인터페이스)·UX(사용자경험)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카카오뱅크가 노리는 효과다. 지난해 10월 나온 카카오뱅크 미니의 청소년(14~18세) 고객 수는 출시 8개월 만인 올해 6월 85만명 수준에 이른다.

노 대표는 MZ세대 전용 메타버스 금융 플랫폼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스라엘 전통금융사인 르미은행이 내놓은 MZ세대 전용 페퍼(Pepper)의 성공이 좋은 참고 사례다. 노 대표는 “현재 뱅킹앱에서는 여전히 주입식·권고식 서비스가 남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전통금융 서비스에서 하면 된다”며 “이익만 취하고 빠져 ‘체리피커’로 불리는 MZ세대에게 재미도 없고 이득도 없는 메타버스를 선보인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협력 강화하며 도약 준비

이 같은 메타버스 금융 철학의 현실화를 지원하는 든든한 우군도 생겼다. 국내 모바일 금융 기술을 선도하며 최근 증시에 상장한 핑거가 핏펀즈에게 1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핏펀즈가 게임 개발·운영 노하우를 접목한 메타버스 기술을 제공하면 핑거가 여기에 모바일 금융 기술을 더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실제로 양사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구상 중이다.

핏펀즈와 제휴하려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핏펀드가 신한퓨쳐스랩에 들어가기 전부터 복수의 금융사가 관심을 보였으며 현재 금융사 한 곳, 유통사 두 곳, 식품 그룹사 한 곳과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노 대표는 협력사와 함께 기술로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는 메타버스 금융 플랫폼을 만들면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지 못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수준을 높일 수 있고, 점포가 줄어드는 지방 거주 어르신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도시·도서지역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금융사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교육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핏펀즈와의 협력으로 사회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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