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공화국’ 벗어나기
‘갈등 공화국’ 벗어나기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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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갈등이 넘쳐난다. 진보-보수 진영 간 이념 갈등부터 세대 갈등, 빈부 갈등 을 넘어 젠더 갈등과 쓰레기처리장 등 편의시설 건립을 둘러싼 지역 갈등까지. 말 그대로 ‘갈등 공화국’이다. 연간 50만 건에 이르는 고소·고발은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불신 지표다.

통계청이 매해 내놓는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사회갈등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5.4%가 보수와 진보 집단 간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했다. 빈곤층과 중산·상류층 (82.7%), 근로자와 고용주(74.2%), 수도권과 지방(62.7%), 노인과 젊은층(60.9%) 간 갈등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보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종교(55.4%), 젠더(48.8%) 갈등도 간단하지 않다. 과거 망국병으로 불리던 지역 갈등이 완화된 반면 이념·계층·남녀·세대 간 갈등은 심화하는 모습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는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더 큰 문제로 부각된다.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종합한 한국의 갈등지수는 55.1(2016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전국경제인연합회 국가갈등 지수 비교).

반면 정부의 효율성, 규제의 질, 부패에 대한 통제, 정부의 소비지출 비중 등을 따져 산출한정부의 갈등관리지수는 46.2로 OECD 30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정부의 갈등관리지수가 낮다는 건 사회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초 역량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정치가 경제·사회 분야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텐데 우리 현실은 거꾸로다. 선거 때면 통합과 포용을 외치다가도 권력을 잡고 나면 계층·지역·세대 간 편을 가르고, 자기편만 챙기며 되레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시킨다.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의 줄임말)도 모르는 정치인들의 막말은 갈등을 완화하기는커녕 부채질한다. 막말 정치인에 대해서도 지지자들은 ‘우리 편’이면 무턱대고 감싸고 응원한다. 그릇된 ‘끼리끼리 문화’는 인터넷과 사회적 관계망(SNS)을 타고 퍼져 나가며 ‘갈등의 성(城)’을 공고히 한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격화하는 막말 공방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을 피폐화하고 있다.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혐오와 분노의 삿대질이 횡행하는 사회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는 분석(삼성경제연구소)이 있다. 사회 갈등지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주요 7개국(G7) 수준까지 낮추면 성장률을 0.3%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현대경제연구원)도 나와 있다.

한국이 교역규모 등 경제력에 걸맞게 정치·사회적으로도 선진국이 되려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더 탄탄히 쌓아야 한다. 사회적 신뢰 수준이 10%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이 0.5~0.8%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정치인들부터 편 가르기와 막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입으로만 대화와 협치를 외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개인들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 사회를 오염시키는 혐오와 갈등을 배려와 공감으로 바꿔 채워야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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