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계절, ‘내부자들’ 판친다
대선의 계절, ‘내부자들’ 판친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8.02 10: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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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와 본분 벗어난 언론인의 일탈

無愧我心(무괴아심)’. 직역하면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이고 이를 다시 설명하면 ‘다른 사람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내 스스로 엄격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이 글귀가 써 있는 커다란 액자가 조국일보 이강희 논설주간의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 있다. 이 주간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자리에서 몰려든 기자들에게 이 모든 것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꾸며낸 ‘정치공작’이라고 외친다. 2015년 말 국내에서 상영된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누적 관람객수가 무려 900만명을 돌파한 화제작이다. 바로 ‘내부자들’이란 영화다. 6년이 지난 지금 새삼 이 영화가 뇌리에 떠오른 것은 최근의 사건 때문이다.

바야흐로 7개월 정도 남은 국내 최대 정치 이벤트. 바로 20대 대통령 선거다. 여야 대권 주자들의 경쟁적 대선 행보가 점차 열기를 띠어가던 지난 6월, 야권 유력 후보의 대변인이 선임된 지 열흘 만에 돌연 사퇴한다. 국내 최대 종합일간지 논설위원 출신인 그는 사유를 일신상의 사정이라 했다. 당시 세간에는 후보와의 소통 부족과 의견 불일치로 헤어졌다는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며칠 후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언론-기업 커넥션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제공 받았다는 혐의로 경찰에 입건 된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 법’ 위반 혐의다. 이후 점차 잊혀져 가던 그가 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7월 중순, 경찰의 8시간 소환조사를 받고 나온 자리에서 몰려든 기자들에게 이 모든 것이 여권과 정권의 ‘공작’이라고 외친 것이다.

영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기업인, 정치인, 언론인, 검찰인사 등 소위 일부 권력자들의 본분을 벗어난 일탈 행위는 나라를 부패하게 만들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든다. 특히 권력층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올바른 지적을 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과 역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다음은 작은 사례이지만 언론과 기업간의 광고나 협찬 등 이른바 대가성(代價性)이 전혀 없었던 특종 보도에 관련된 에피소드다.

필자가 16년의 대기업 홍보실 생활을 마치고 당시 유행했던 헤드헌터를 통해 모 중견기업 홍보임원으로 전격 스카우트 돼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기업은 수 년간 홍보조직이 없었기에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 관련 활동이 거의 전무했다. 직원 한 명과 함께 열심히 홍보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재무 파트의 책임자인 한 임원이 출근하자마자 홍보실로 오더니 못내 불만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필자에게 이야기했다. 한 손엔

아침에 배달된 모 경제신문을 들고서. “홍보실장님, 우리 회사도 이렇게 홍보할 수는 없나요?”

순간 필자는 거의 한 면 전체를 차지한 어느 기업의 기사를 보고 매우 당황했다. ‘아니 아직 회사의 전반적인 세부 활동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언론사 기자를 만날 때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홍보자료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런 대문짝만한 기사를 요구하다니, 해도 너무 한다.’

내심 섭섭하게 생각하며 다시 신문을 자세히 살펴봤다. 어느 벤처 중소기업의 회사 소개 기사가 사진과 그래프, 대표의 인터뷰와 함께 실려 있었다. 하단에 같은 회사의 광고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그리고 신문 맨 윗부분에는 작지만 분명한 활자로 ‘코스닥 상장 유망기업 기획 특집기사’라고 씌어 있었다. 다름 아닌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 기사식 광고)인 것이다.

필자는 즉각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이런 기사라면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더 멋있게 아예 하단 광고도 빼고 한면 전체를 우리 회사 기사로 채울 수 있습니다. 이건 홍보가 아니고 광고입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 벤처기업보다 더욱 알차게 신문 한 면을 기사로만 채운 회사의 기업 PR이 같은 신문에 게재됐다. 재무부서로 발송된 상당 액수의 광고비 청구서와 함께.

그로부터 어느 정도 세월이 흘렀다. 이제 홍보실은 완벽하지는 않아도 시스템과 자료 등을 웬만큼 갖췄다. 어느봄 날 월요일 오전이었다. 직원으로부터 모 유력 경제주간지의 중견 기자가 사전 예고도 없이 회사를 방문했다는 연락을 받고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곧바로 기자실로 향했다. 그는 조금 전 신촌거리를 지나다가 우연히 우리 회사 브랜드의 의류점 윈도우에 여름 상품이 진열돼 있는 것을 보고 ‘아니 벌써, 여름상품’이라는 가벼운 트렌드 기사를 취재하러 들렀다고 했다.

“그 기사, 얼마짜리예요?”

기자는 방문한 김에 회사에 대한 여러 질문을 했고, 필자는 어느덧 열혈 홍보담당자가 돼 평소 준비한 각종 홍보자료를 제시하며 한 2~3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돼 식사를 하며 계속 얘기를 이어갔으니 4~5시간 집중적으로 회사 홍보를 했나 보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매우 흥미로웠다며 여름 상품 기사는 다른 기업의 상품과 묶어 종합기사 형식으로 별도 취재하기로 하고, 오늘 들은 내용을 3~4쪽 분량의 단독 기업소개로 하는 것이 좋겠다며 추후 기사화 여부를 알려 주겠다며 돌아갔다.

퇴근 무렵 전화가 왔다. “방금 다음 호 편집회의를 마쳤다. 당신 회사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시일이 촉박해 내일부터 3명의 기자를 집중 투입해 취재하려 고 하니 협조 바란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진행된 취재는 5일간 계속됐고 각종 인터뷰 주선, 사진촬영 협조, 자료 보완 등 홍보실도 정신 없는 한 주를 보냈다.

드디어 기대에 부푼 월요일 아침이 됐다. 예상대로 회사 이름이 큼직하게 표기된 커버스토리의 주간지가 나왔다.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가 무려 12쪽이나 보도된 것이다. 이 커버스토리 기사는 추후 재인쇄돼 홍보실의 홍보자료로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을 상대하는 재무부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인사부서, 대리점 모집을 해야 하는 영업부서 등 회사 내 거의 모든 부서에서 훌륭한 회사소개 자료로 활용됐다.

필자를 포함한 홍보실 직원 모두 ‘모처럼 크게 한 건 했다’는 기분으로 으쓱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임원이 지난 번 주간지 커버스토리 기사 잘 읽었다며 수고 많았다고 했다. 필자도 ‘이제야 회사에서도 홍보실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구나’ 내심 흐뭇해 하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아섰다. 그 순간, 그 임원의 궁금하다며 툭 던지는 질문 한마디에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 기사는 얼마짜리예요?” 그 임원은 마치 그 기사가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만든 광고성 기사인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그 임원은 그제서야 악수를 청하며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다고 필자를 추켜 세운다.

당시 그 취재기자는 10여 년 후 모 경제신문사로 자리를 옮겨 산업부장, 편집국장을 지내고 지금은 고위 임원이 됐다. 약 20년 전 주간지 커버스토리 이후 친해진 우리는 점심과 저녁 등 가끔 회동을 했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소원해진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서 벗어나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연락해 오랜만에 회포를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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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2021-08-03 15:50:51
광고는 돈만 주면 가능하지만... 홍보는 실력과 노력이 필요한 어나더 레벨의 영역이죠..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