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 ‘왕좌’ 노리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의 승부수
특수강 ‘왕좌’ 노리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의 승부수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0.10.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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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도 ‘쑥쑥’…선택과 집중 전략 통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세아창원특수강 전경. 세아홀딩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세아창원특수강 전경. <세아홀딩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철강 시황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국내 주요 철강사인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그룹 등은 저마다 해법 찾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관 제철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강도 원가절감, 사업구조 재편, 혁신제품 개발 등에 집중하고 동국제강과 세아그룹은 각 사의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들 4사 중 세아그룹은 3세 경영이 본격화 된 기업으로 지배구조와 경영 측면에서 동시에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1978년생 동갑내기 사촌지간 3세 경영인 두 명에게 그룹 미래를 맡길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세아그룹은 창업주인 고(故) 이종덕 회장 이후 이운형·이순형 형제경영 체제에서 이태성·이주성 사촌경영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오너 일가가 이렇듯 우애 깊게 그룹을 이끄는 사례는 국내에서 찾기 힘든 경우다.

고 이운형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은 세아베스틸을 중심으로 특수강 사업을, 이순형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은 세아제강을 중심으로 강관 사업을 맡고 있다. 세아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의 양대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으며, 그룹의 핵심 사업인 특수강·강관 사업을 3세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은 선친의 별세(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2014년 이 부사장 주도로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해 세아창원특수강을 설립한 일은 그의 대표적인 경영성과로 꼽힌다. 세아그룹은 세아창원특수강 인수 후 국내 특수강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특수강을 연간 400만톤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특수강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매출 9716억원, 영업이익 420억원이던 세아창원특수강의 실적은 세아그룹에 인수된 후 2017년에는 매출 1조1178억원, 영업이익 594억으로 성장했다. 이후 세계 철강업계의 불황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2018년 매출 1조2292억원·영업이익 379억원, 2019년 매출 1조1761억원·영업이익 400억원 등 선방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비상장 회사로 상장 회사인 세아베스틸의 자회사다. 이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세아홀딩스는 세아베스틸의 지분 61.7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최정점에서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을 지배하고 있다. 이로써 세아홀딩스의 지분 35.12%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사장은 세아베스틸에서 세아창원특수강으로 이어지는 특수강 사업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사장은 현재 세아홀딩스 대표이사·부사장, 세아베스틸의 부사장, 세아창원특수강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

특수강 사업 수출 확대·신규 강종 개발에 역량 집중

세아창원특수강의 공구강 브랜드 듀라(DuRAH·왼쪽)와 듀맥(DuMAC). 세아홀딩스
세아창원특수강의 공구강 브랜드 듀라(DuRAH·왼쪽)와 듀맥(DuMAC). <세아홀딩스>

국내 특수강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던 세아베스틸은 지난해부터 현대제철의 강력한 도전을 받는 중이다. 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특수강 사업을 집중 육성해왔고 지난해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을 완료하면서 세아베스틸을 맹추격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그동안 자동차용 특수강을 현대자동차에 판매해 왔으나 현대제철이 끼어들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태성 부사장은 특수강 시장 경쟁 심화에 대비해 2016년부터 세아베스틸의 해외수출 확대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해 3월 북미 판매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17년 상반기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와 미국 디트로이트에 글로벌 완성차업체 및 부품업체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해 사무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밀집한 유럽과 북미에서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OEM사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세아베스틸의 수출 비중은 2013년 13.7%에서 2019년 상반기 23.5%까지 늘었다. 올해부터는 태국 등 새로운 거점을 기반으로 동남아, 중국 등 신흥국 수출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수출 확대와 더불어 수요 다각화 전략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한 6대 특수강 특화제품 개발은 올해 완료된 상태다. 경쟁이 격화된 자동차 이외에 건설기계용, 조선용, 에너지용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특수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결과 올해 초 ▲고청정 베어링강 ▲열처리 저변형강 ▲내마모강 ▲고충격인성강 ▲저이방성강 ▲무결합 봉강 등 6대 특화 강종 개발이 완료됐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새로 개발된 강종을 기반으로 지난 7월 신형 공구강(금속의 절삭·압출·성형 등 가공용 설비·금형에 사용됨) 브랜드 ‘듀라(DuRAH)’와 ‘듀맥(DuMAC)’을 출시했다. 공구강 제품은 생산방식에 따라 원재료를 열에 가열해 가공한 열간과 식은 상태에서 가공한 냉간 제품으로 구분된다. 듀라는 열간 공구강 브랜드고 듀맥은 냉간 공구강 브랜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듀라·듀맥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하위 제품 라인업을 경도와 내마모성 등 기준으로 프리미엄 제품부터 범용 제품까지 총 10개 제품으로 세분화했다. 이는 고객의 선택폭을 넓혀줌으로써 고객 접점을 대폭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아창원특수강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의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며 해당 산업에 적용되는 공구강 제품의 스펙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환경”이라며 “세아창원특수강은 보다 능동적으로 영업환경에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강 시너지 효과나도록 사업구조 개편

지난해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베스틸의 실적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영업조직 개편과 기업 인수합병 등으로 그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세아베스틸은 판매조직을 기존 6개팀 68명 체제에서 9개팀 77명으로 확대하고 마케팅전략팀을 신설했다. 이는 이 부사장이 세아홀딩스 대표 취임 이후 핵심 자회사에 단행한 첫 판매조직 개편으로 알려졌다. 철강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영업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특수강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수익구조 다각화라는 목표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했다. 세아베스틸의 주력 자회사인 세아창원특수강은 자회사 CTC를 통해 투자법인 HPP 제조사업 부문을 100억원에 사업 양수했다. 이로써 세아창원특수강은 HPP가 가진 파이프·튜브 후가공 분야 전문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중국시장에 진출한 스테인리스 정밀관 사업의 경쟁력은 한층 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왼쪽부터) 이주성 부사장, 이태성 부사장, 이순형 회장이 세아창원특수강 현장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세아홀딩스
(왼쪽부터) 이주성 부사장, 이태성 부사장, 이순형 회장이 세아창원특수강 현장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세아홀딩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9월 알코닉코리아 인수 작업을 시작해 올해 초 760억원에 마무리 지었다. 알코닉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알루미늄 소재 업체 알코닉의 한국 별도법인이다. 항공·방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과 단조·금속관 제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한편 고수익 창출을 위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 부사장은 이렇듯 고수익 신기술 제품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 작업까지 마쳤으나 불행히도 올해 코로나라는 암초를 만났다. 세아베스틸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001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3%, 36.5% 감소했다. 2분기에도 매출 5647억원·영업이익 188억원으로 역시 전년보다 각각 28.6%, 25.2% 감소해 실적 저조 현상이 지속됐다.

하지만 2019년 3분기 저점을 찍은 이후 영업이익이 4억원(2019년 3분기) → 28억원(2019년 4분기) → 108억원(2020년 1분기) → 188억원(2020년 2분기)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분기 세아베스틸은 적극적인 롤마진 방어와 원가 개선 노력으로 지난 4개 분기 적자 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주력 제품인 스테인리스의 다양한 수요처 확보와 수익성 방어 전략을 통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8% 상승했다.

전체적인 산업의 저성장 국면에서도 부분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지속해온 해외 수출 확대, 수요 다각화 전략, 특수강 중심 사업구조 개편 등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아베스틸은 올해에도 이익률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생산체계 완성과 알코닉코리아 기반 소재 중심 사업 확장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더불어 세아그룹은 이태성 부사장이 이끄는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창원특수강’(특수강 사업) 라인과 이주성 부사장의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강관 사업) 라인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사촌경영 체제를 완성해가는 모습이다. 수년 전부터 진행돼 온 지배구조 개편이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이러한 ‘선택과 집중’이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두 3세 경영인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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