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징벌적 손배’ 예외일 수 없다
언론도 ‘징벌적 손배’ 예외일 수 없다
  • 윤길주 발행인
  • 승인 2020.09.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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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 증권관련 소송에만 적용되던 집단소송제가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게 핵심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언론이 포함됐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법률안이 통과하면 가짜뉴스를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언론사도 상법상 이윤을 추구하는 법인체인 만큼 예외를 두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동안 언론은 자유는 무한대로 누리면서 책임엔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짜뉴스는 공동체를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 언론사는 정파적 이익에 매몰돼 있고, 기자는 ‘기레기’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 유포와 확대재생산은 대한민국 언론의 저급한 수준을 보여준다. 언론이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매체들이 아니면 말고식 보도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자신들 입맛에 맞게 왜곡해 보도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조작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가적 혼란과 공포감을 조장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다름 아니다.

기존 신문·방송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터넷신문 등이 악의적 가짜뉴스를 양산하면서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산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신뢰도 평가에서 한국 언론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꼴찌였다. 5년 째 최하위인데도 반성은커녕 악의적 오보나 가짜뉴스가 더욱 교묘해지고 심해지는 양상이다.

보수언론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극렬히 반대하며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한 신문은 법조인을 등장시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될 수 있는 반민주적 ‘디지털 나치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헌 가능성도 제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형사처벌과 동시에 이뤄질 경우 헌법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지나친 우려다. 법안을 보면 징벌적 손배제 적용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고의 또는 중과실’은 표현의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인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정보를 조작한 행위’로 정의된다. 이런 것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길 바란다면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다.

이중처벌 주장도 논리가 빈약하다. 형사법이 도모하는 목적과 민사적으로 구제해서 피해자에게 더 많은 배상이 가게 하는 것은 다르다. 이중처벌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유엔이 권고한대로 언론의 표현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법을 만들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악의적 보도’에 대한 주관적·자의적 판단, 판단의 주체, 소송 오남용에 따른 언론활동 위축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공론의 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언론이 왜 이렇게 불신을 받고 있는지 내부 성찰과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언론이 우리 사회의 마지막 남은 성역(聖域)이란 질타를 언론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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