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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9-30 19:2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세탁기 박사’ 조성진, 월풀을 벌벌 떨게 하다
‘세탁기 박사’ 조성진, 월풀을 벌벌 떨게 하다
  • 권호 기자
  • 승인 2017.10.31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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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로 LG전자 입사…41년간 한 우물 파며 세계 1등 일궈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발표 중에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권호 기자] 뉴욕타임스(NYT) 계열사인 상품추천 사이트 ‘더 스위트홈’은 지난달 게재한 최고의 세탁기(The Best Washer) 리스트에서 LG전자의 ‘WM3770HWA’ 모델을 최우수 상품(Our Pick)으로 선정됐다. 외신은 LG전자 모델에 대해 세탁력, 저소음, 저 진동 등 모든 항목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LG 세탁기가 세계 최고로 인정받은 배경에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있다. 조 부회장은 41년간 LG전자에서 세탁기를 연구해 온 세탁기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CEO에 오른 직후 “LG전자를 고객이 열망하는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LG전자 사업에 1등 DNA와 혁신 DNA를 이식해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에서도 생활가전에서와 같은 신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꿈은 지금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조성진 부회장은 어떻게 해서 세계 최고의 세탁기 전문가가 됐는지 들여다봤다.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들이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최신 세탁기 제품을 ‘올해 최고의 세탁기’로 선정한 가운데 미국 월풀이 삼성과 LG전자 세탁기는 물론 부품까지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계열사인 더 스위트홈은 ‘올해 최고의 세탁기’에 LG전자 제품을 ‘최우수 상품’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LG전자 모델에 대해 세탁력, 저소음, 저진동 등 모든 항목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LG전자 세탁기가 미국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발목을 잡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 이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라고 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가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는 판정을 내렸으며 오는 11월 21일 구제조치 방법 및 수준을 결정(Remedy Vote)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4일까지 피해판정, 구제조치권고 등을 담은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60일 이내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나온다면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예정이다.

미국 월풀은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다. 특히 ‘세탁기 왕’으로 불리는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가 북미는 물론, 글로벌 세탁기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월풀이 아직은 미국 세탁기 시장점유율 1위지만 조만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트럼프에게 ‘SOS’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세계 세탁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조성진은 누구인가.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세탁기 관련 기술에서 한 우물을 판 인물이다. 그는 1956년 7월 10일 충남 대천에서 5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도예가로 일하던 부친은 조 부회장에게 가업인 도자기 제조업을 맡으라고 했지만, 그는 기계기술자를 목표로 정했다.
사실 조 부회장은 고교 진학을 하지 못 할 뻔했다. 아버지가 중학교만 졸업하고 가업을 잇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온 형들이 하나같이 가업을 거부하자 많이 배우면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그는 공업계 고등학교는 요업과 관련성이 크다며 부모님을 설득하고 용산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바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회사 수습과정을 거쳐 우수 장학생 자격으로 취업에 성공한 조 부회장은 세탁실 설계실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는 당시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탁기 보급률이 0.1%도 채 되지 않았던 때 그는 오히려 “세탁기가 사람을 대신해 빨래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때부터 40년 넘게 세탁기에 몸담은 그는 가전업계에서 ‘세탁기 박사’로 불린다. 2012년 말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LG전자 사장으로 승진해 세탁기를 비롯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사업 전반을 맡았다. 고졸 출신으로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만큼 학력과 스펙에 대한 철학도 분명하다. 조 부회장은 “취업 전에 오랫동안 이력을 쌓는 것보다는 ‘선 직장 후 교육’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지식을 쌓으며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LG전자에 입사한 이후에는 학력으로 차별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학력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세탁기 외에도 그가 만든 의류관리기 ’LG스타일러’는 대표적인 혁신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겨진 옷을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은 욕조 근처에 걸어두면 주름이 펴진다는 아내의 조언에 착상해 스타일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꼼꼼한 성격인 그는 H&A사업부문장에 오른 뒤 가전공장을 직접 찾아 생산공정 병목현상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불량률이 높은 곳이 어디인지까지 검사하고 파악했다. CEO에 오른 뒤에는 직접 스마트폰 수십 대를 분해하고 분석해봤다고 직접 밝힌 적도 있다. 아내에게 LG트롬 세탁기를 평가해 달라고 하니 “내가 남편에 대해 불평한 적은 있지만 트롬 세탁기에 대해 불평한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고도 한다.


도예가 아버지에게 배운 인내와 집념

조 부회장이 입사 후 10여 년 동안 국내 세탁기 업계는 일본 기술을 들여와야 제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는 1990년대 초 탈(脫) 일본을 선언하고 세상에 전무후무한 세탁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그는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Direct Drive) 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고 싶었다. 세탁 성능은 물론이고 에너지 효율과 소음 등도 기존 방식보다 뛰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밀한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하려다 보니 투자비가 많이 들었고, 제품 개발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아 난항을 거듭했다.

그때 그의 최고 강점으로 손꼽히는 인내와 집념이 힘을 발휘했다. 10여 년 동안 일본 드나들기를 150여 차례. 그곳에서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운 그는 회사에 침대와 주방 시설까지 마련해 놓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으며 세탁기 하나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유년 시절 아버지가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운 인내와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제품 완성도에 대한 끝없는 집착 등이 더해졌다.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트롬 트윈워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LG전자>

1998년 그는 드디어 세계 최초로 DD 모터를 세탁기에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LG전자 세탁기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DD 모터에 이어 2005년 세계 최초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여섯 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 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잇단 혁신 제품들로 세상을 놀라게 하며 ‘LG전자 세탁기 세계 1등’이라는 타이틀을 땄다.

조 부회장은 “조사결과 어른 옷과 자녀옷을 함께 세탁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고 고가의 의류와 섬세한 소재도 따로 빨았다”며 “보조 세탁기를 원하지만 공간 부족 등의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은 바로 진동소음이었다. LG전자는 고민 끝에 자동차에서 해법을 찾았다. 차에 들어가는 저전달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 세탁량에 따라 능동적으로 소음을 잡아주는 저진동 제어방식을 트윈워시에 적용한 것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개발한 DD 모터, 트윈워시 등을 귀한 자식처럼 여긴다는 조 부회장은 1998년, 2013년에 LG전자 세탁기의 TV 광고 모델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인문학 가치를 제품에 담다

“혁신적인 가전제품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조성진 부회장의 인간과 삶에 대한 사랑은 혁신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도 절대 놓치는 법 없이 바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 탄생으로 연결했다.

특히 ‘트윈워시’는 그가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완성한 대표적인 혁신 제품으로 꼽힌다. LG전자 세탁기 역사상 개발 기간과 인력, 투자비용 등에서 모두 최대를 기록했다. 트윈워시를 개발하는데 8년 동안 150명 이상의 개발 인력과 200억 원가량의 비용이 투입됐다고 한다.

트윈워시 출시 일정을 2년 가까이 미루면서까지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그의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트윈워시는 시간과 공간을 줄이면서도 분리, 동시 세탁이 가능해 세탁기를 다시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제품은 현재 한국,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 국가의 세탁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항상 새 옷처럼 관리해주는 의류관리기 ‘스타일로’도 그가 먼저 제품 개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을 나가면 여행 가방에 넣은 옷이 구겨져 주름을 펴는 방법을 찾고 있던 조 부회장. 그때 욕실에 뜨거운 물을 틀어 수증기로 채운 다음 옷을 걸어두면 주름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아내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곧장 제품 개발에 착수한 게 지금의 ‘스타일로’다.

생활 속 아이디어 혁신 전자 제품은 모두 그의 자택과 집무실에서 테스트 되었다. 모든 사업의 중심은 ‘제품’이라는 신념 아래 그는 H&A사업본부장으로 부임한 후에도 냉장고는 물론 주요 제품들을 일일이 분해해 부품 하나하나까지 쓰임새를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시제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사용하며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청소기 테스트를 위해 지난 4월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 바닥의 카펫을 걷어내고 마룻바닥으로 바꾸기도 했다. 물걸레 키트에 보조 걸레를 달아 바닥의 찌든 때를 닦아내는 아이디어는 실제 제품에도 반영됐다. 그는 직접 샘플까지 만들어 개발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를 계속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고졸 신화’ ‘가전 장인’이다. 조성진 부회장이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9월 우수 장학생 자격으로 LG전자에 입사할 때만 해도 선풍기가 가장 인기 있고 유망한 가전제품이었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한 다른 입사 동료들과 달리 세탁기 설계실을 택하면서 세탁기와 인연을 처음 맺었다. 2013년 사장 승진과 함께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생활가전 사업 전반을 책임지게 된 그는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가전으로 확대하며 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꿔 놓았다. 특히 지속적인 R&D 투자, 5대 사업부(냉장고·세탁기·에어솔루션·키친패키지·컴프&모터) 중심의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 ▲2013년 얼음정수기냉장고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 디오스 오케스트라, 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듀얼 스타일러,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Work & Life Balance

조성진 부회장은 2013년 H&A 사업본부장 부임 이후부터 줄곧 서울과 창원, 해외사업장을 오가며 근무해왔다. 지난해에도 대표이사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창원에서 주로 근무를 했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은 꼭 현장을 챙기는 그는 최고경영자임에도 현장과 사람을 최우선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2015년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문화를 강조해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확실히 쉬는 ‘Work & Life Balance’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없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사원대표 간담회, 여직원 간담회 등 다양한 자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한다.

그의 취미는 색소폰으로,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내 색소폰 동호회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어와의 미팅 때도 종종 1~2곡씩 연주한다. 그는 평소 현장 경험을 더 일찍, 더 많이 한 것이 본인의 자산이라고 늘 말한다. 조 부회장은 “기업의 현장이 이론과 실제를 잘 결합하고 열정적인 성향의 독한 인재들이 성과를 내는 곳인 만큼, 치열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자기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물론 개인 입장에서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한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글로벌 가전업계 2위로 부상한 LG전자가 공기청정기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15년 선보인 ‘퓨리케어(PuriCare)’ 브랜드를 바탕으로 연간 4조원 규모의 글로벌 공기청정기 시장을 잡겠다는 게 조 부회장의 생각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에어솔루션 신제품 발표회에서 “그동안 공기청정기 분야에서 LG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없어 마케팅 투자를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새롭게 나온 360도 공기청정기를 통해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해 인지도를 올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행사에서 LG전자는 대용량 고성능 프리미엄 공기청정기 신제품인 ‘퓨리케어 360° 공기청정기(모델명 AS281DAW)’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360도 원형 구조로 설계한 흡입구와 토출구를 적용해 전 각도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깨끗한 공기를 사방으로 보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공기청정기는 사각형 구조로 양측 면이나 후면 흡입구조로 돼 있어 소파 옆에 두고 사용하거나 벽에 밀착시켜 사용하면 가정에서 성능 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원형 구조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제품 상단 토출구 위에는 선풍기 같은 역할을 하는 ‘클린부스터’가 적용돼 공기 대류를 촉진시켜 멀리 있는 오염물질 제거에 도움을 주고 깨끗한 공기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자체 실험 결과 평균 7.5m, 최대 9m까지 깨끗한 공기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신제품은 청정 면적 기준 91㎡, 81㎡, 58㎡, 51.5㎡ 등 4개 모델로 출시되는데 91㎡(약 28평) 모델의 경우 LG 공기청정기 가운데 청정면적이 가장 넓다.

최근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강력한 성능의 제품을 찾는 수요가 많아지고 거실과 주방의 경계가 없는 개방형 실내 구조 때문에 큰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조 부회장은 “그동안 LG전자가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크게 존재감이 없었는데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며 “올해 IFA에서 거래선들에게 다양한 공기청정기 제품군을 선보였는데 호응이 높아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별 출시 일정을 잡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올해 37억 달러(약 4조3500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0%를 넘는다.

국내 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봄철 황사뿐만 아니라 가을 스모그 등 공기 질 이슈가 대두되면서 계절적 특성도 사라졌다.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올해 판매량 기준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스웨덴 블루에서, 영국 다이슨, 일본 발뮤다 등 외산 업체들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국내 코웨이,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쿠쿠전자 등을 중심으로 한 렌탈 시장 규모도 크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통합한 신규 브랜드인 ‘퓨리케어(PuriCare)’를 선보이면서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미 정수기 사업에서는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LG전자의 정수기 시장점유율은 10% 이하였지만 직수타입 정수기를 내놓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올해 점유율이 35%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기청정기 사업도 퓨리케어 브랜드 론칭 이후 올해 글로벌 매출이 지난해 대비 2배로 증가했다. 가정용 시장과 더불어 최근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업용 기업간거래(B2B) 시장에도 토탈 에어솔루션 사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칠러(대형 건물 및 제조설비 냉방용 냉각장비), 시스템에어컨 등이 함께 공급되는 턴키 형태로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최근 경기도 하남에 개장한 스타필드 쇼핑몰에도 LG전자의 에어솔루션 제품군이 턴키로 공급된 상태다. 칠러 사업이 확대되면서 전주에 있던 공장을 수도권인 평택 신공장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상업용 시장은 공간이 크기 때문에 공기청정기만 가지고 공략하기 보다는 에어솔루션 개념으로 에어컨과 가습·청정·제습 등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사업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은 실패에서 나온다”

조 부회장은 지난 10월 26일 재외동포 경제인과 국내 중소기업인들에게 “열정을 갖고 혁신에 도전하라”고 주문했다. 조 부회장은 이날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6차 세계한상대회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한상 리더십 콘퍼런스’에 강사로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미 기업·업종 간 경쟁과 협력의 경계는 사라졌기에 LG전자가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삶을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도전과 열정이 만드는 새로운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한 그는 41년간 ‘LG맨’으로 재직하면서 체득한 경영철학과 성공스토리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둔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55조3700억 원의 제조사로 세탁기·올레드(OLED)TV 세계 1위, 냉장고 세계 2위, 상업에어콘 세계 1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 LG전자 미국 드럼세탁기 점유율.<자료: LG전자>

1976년 설계 직원으로 입사해 남들이 안 하는 세탁기에 인생을 건 조 부회장은 “당시 선풍기 분야가 인기였지만 세탁기가 주요 가전으로 자리 잡는 때가 올 거라 확신하고 일본 기술을 따라잡으려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도전했다”며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일본을 앞선 기술을 개발했고, 미국 시장에도 도전하는 등 해외 진출 10년 만에 글로벌 1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백색가전이었던 세탁기에 컬러를 도입하고 분리형 세탁기를 만들며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은 최고에 올라섰을 때 다음을 준비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전 전체를 맡은 본부장이 돼서도 세탁기 도전 방식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 하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혁신하며, 목표를 이룰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경영 3원칙도 제시했다. “혁신에는 특별한 툴이나 기술이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반복과 도전 그리고 실패를 통해 나오는 게 바로 혁신입니다.”

그는 과거에도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계열사 임직원들에게 혁신 이론을 전파한 바 있다. 2013년 2월 20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LG 혁신한마당’에서 ‘세탁기사업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시장선도 혁신전략’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강연에서 그는 “1969년에 처음 세탁기를 출시했지만, 일본 기술에 얽매어 있었다. 일본 기술로부터 어떻게 독립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아예 세탁통에 모터를 직접 부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개발팀과 함께 공장 2층에 침대와 주방시설을 마련해 놓고 연구개발에 몰두했다”며 “결국 1998년 세탁조에 직접 연결된 모터로 작동 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DD)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 드럼세탁기가 기술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되는 부분은 DD 기술이다. 기존 드럼세탁기가 세탁조를 고무나 체인으로 만든 벨트와 풀리라 부르는 벨트바퀴에 연결한 형태였다면, DD 기술은 모터와 세탁조를 직접 연결해 소음과 진동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그는 북미 시장에서 드럼세탁기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조 부회장은 “당시 북미 소비자들은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 자체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소음이 크고, 용량이 작고, 에너지소비는 너무 크다는 지적이었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소비자 불만을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해 게임의 룰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 및 임직원 400여명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한국생산성본부 주관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가생산성대회’에서 기업인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조성진 부회장 내외가 이낙연 국무총리(맨 왼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LG전자>
 

국가 발전 기여 ‘금탄산업훈장’ 수상

조성진 부회장이 취임 첫 전체 임원에 대한 주문은 ‘혁신’이다. 그는 지난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경기 평택 러닝센터에서 ‘글로벌 영업 마케팅 책임자 워크숍’을 진행했다. 조 부회장은 이날 한 자리에 모인 임원들에게 LG전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조 부회장은 “시장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다시 도약해야 할 때”라며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TV(OLED, 올레드), 트윈워시 등 LG만의 차별화된 제품은 지속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부회장은 ▲수익을 전제로 한 성장(Profitable Growth) ▲제품 경쟁력 강화 ▲반드시 이기는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인지 지난 10월 18일 조 부회장은 기업인 최대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금탑산업훈장은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정부는 조 부회장이 LG전자가 글로벌 가전 매출 17조원, 수출 5조원의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조 부회장은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제가 가진 생산 관련 경험을 잘 살려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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