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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3-02-09 15:13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질투! 저 달콤 농익은 애수의 미감
질투! 저 달콤 농익은 애수의 미감
  • 권동철 전문위원
  • 승인 2017.07.0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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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최승자 詩, 너에게, 문학과 지성사 刊>
▲ Exterior, 60.6×60.6㎝ Oil on canvas, 2016 (오른쪽)130.3×162.2㎝, 2016

한낮 열기는 초저녁 시간이 오면서 신기하게도 부드러운 바람으로 바뀌었다. 팽팽한 긴장을 불러오던 뜨거움이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고 부드럽게 살갗을 스치자 꽃이 피어나듯 마음이 열렸다.

여름날 해변이란 어디든 복잡하고 부옇게 부서지는 포말처럼 조금은 들떠 있었다. 시끌벅적하지만 어둠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낮과 밤사이 그런 시간대엔 뭔가 극적요소가 다분했다. 해안절벽 나뭇가지 위엔 오렌지 빛 노을이 미묘한 여운으로 가지런히 걸려 분주한 가운데 고즈넉한 시간의 흐름을 일깨우고 있었다.

우아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 파라솔에 흑장미가 그려진 까만 모자를 쓴 아이보리컬러 정장차림 노신사가 보였다. 빠르게 녹아 들어가는, 얼음만 남아 있는 주스 컵을 북북 소리 나게 빨아들이고 있는 그도 어떤 기대감이 초조감으로 바뀌고 있는 듯 짐작되었다.

▲ 116.8×80.3㎝, 2015

나는 노신사의 몇 테이블 건너서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 옆 나이트클럽에선 현란한 네온사인이 켜지고 건물 벽과 심지어 백사장으로까지 흘러들어 밤의 열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1980년대 초 문을 연 전통을 앞세우듯 출입문부터 온통 비틀즈(The Beatles)의 연주이미지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그곳을 추억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낙서며 삽화들이 벽면에 겹겹 가득했다.

그 숍은 언제나 비틀즈 음악을 오프닝 음악으로 트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날도 실내·외의 여러 고성능 앰프가 뿜어내는 절실한, 뭔가 애수가 가득 담긴 그렇게 느껴지는 ‘썸씽(Something)’이 수차례 반복하여 흘러나왔다.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Attracts me like no other lover/Something in the way she woos me/I don't want to leave her now/You know I believe and how…”

▲ (왼쪽)90.9×90.9㎝, 2015 (오른쪽)50.0×65.1㎝, 2016

순간순간 변해가는 무상(無常)의 풍경

좁은 해안도로엔 신호등이 있었다. 어깨까지 파인 늘씬한 미모의 금발염색 아가씨가 가로등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옆엔 짧은 검은 곱슬머리의 헤진 청바지를 입은 다부진 청년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바라보고 있는 듯, 앞만 보고서. 그러나 신호가 몇 번이나 바뀌어도 그들은 길을 건너지 않고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을 관찰하려 한 것이 아니라 거듭 말하지만 단지 내가 바라보는 바다와 묘하게 겹치고 짧은 순간이나마 두 사람만 남은 건널목 풍경이 수차례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한 낮의 뜨겁던 빛은 화려한 조명에 자리를 내주었다. 해변의 밤은 조명의 열기로 부터 시작해 청춘이 뿜어내는 뜨거운 입김으로 벌써 후끈 달아올랐다. 가로수는 해안선에 싱싱하게 자라 짙푸른 잎들을 펄럭였다.

그때였다. 청춘남녀가 신호등을 건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있는 옆집 자그마한 과일주스 가게에 앉아 있는 또래의 여자 앞에 앉았다. 그녀는 달콤한 미감과 빨갛게 농익은 새빨간 빛깔의 속살을 드러낼 듯 얼은 딸기가 들어 있는 유리컵을 매만지고 있었다.

얼음이 녹으면서 그 속에 맺힌 물방울은 형형색색 조명에 순간순간 컬러가 바뀌면서 찐득할 것 같은 녹아내리는 느낌이 묘하게 전해왔다. 투명 컵은 가혹했다. 예쁜 과일과 꽃을, 그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사정없이 일그러뜨리고 왜곡시키고 있었다. 불현 듯 저물어가는 해안의 빨간 신호등이 잘 익은 딸기처럼 유난히 붉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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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양화가 김호성

“보이는 것들 너머 보이지 않는 것 포착하려 노력”

▲ 서양화가 김호성<권동철>

“새벽이 되면 안개가 온 사방을 감싸고 새들도 지저귀고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에 작업의 피로감은 사라집니다. 시골로 이사 오면서 제일 중요하게 여긴 일이 가드닝(gardening)을 하면서 일상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었는데 꽃밭에 펼쳐진 다양한 강렬한 색감들이 제가 원하는 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김호성 작가는 충북 옥천군 이원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산다. 지난해 8월에 이사했다. 100년은 족히 된 허물어진 농가 벽을 세우고 수도를 놓고 하수처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면서 그들만의 집을 세웠다.

그의 아내는 프랑스 자수를 수업하면서 옷을 제작하고 판매도 한다. 그래서 부부가 생각을 모아 ‘로뎀나무 갤러리’라는 예쁜 알림판을 만들어 담벼락에 걸었다.


내면은 존엄가치를 결정짓는 단서

올해 후반기 한국구상대제전에 출품할 100호 대작들을 비롯한 다수의 딸기작업에 여념이 없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도 물질이라는 재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요. 저는 물질문명 그 자체를 고수하면서 비물질적인 감성을 부각시키려 합니다. 눈에 보이는 소재의 관찰을 포착해 표현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사물 너머에 있는 어떤 성찰적 함의를 담아내려 합니다.”

김호성(KIM HO SUNG) 작가는 셀로아트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15회 가졌다. 전국무등미술대전·전국도솔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SOAF, 화랑미술제, 부산화랑국제아트페어, 대전국제아트쇼, Asia Contemporary Art Show(홍콩) 등 국내·외 다수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2014년 딸기를 주제로 한 ‘Exterior’를 발표, 콜렉터들에게 주목받았고 현재 여인의 행복을 담은 ‘일상-그녀 리네아’ 시리즈와 병행작업하고 있다.

“딸기는 먹음직스럽고 고혹의 색으로 탐스럽지요. 외형적 가치의 영향력이 커져 가는 현대의식 흐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라고 판단했습니다.

외모 등 보아지는 것에 치우칠 경우에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많은데 한 사람의 성품, 마음, 의지, 열정 등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존재의 존엄가치를 결정짓는 단서로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 권동철 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미술전문기자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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